그림체가 뭐 이래?
원더우먼은 캐릭터 자체가 갖는 상징성에도 불구하고 인기가 부족한 히어로라 예의주시하고 있어왔다. DC의 ‘트리니티’라는 명성이 무색할 정도로 출간되는 타이틀이 하나 또는 둘이 전부라니. 그래서 새로이 시작된 뉴52에 기대를 걸었었다.
그렇게 이 원더우먼에 대한 나름의 기대가 있었기에 이슈 #1이 나왔을 때 표지만 보고 그림체에 크게 실망하고 말았는데…
하지만 속단은 금물!
시작부터가 스펙터클한 블록버스터 영화를 보는 느낌의 스토리가 모든 것을 상쇄시킨다. 원더 우먼 이야기를 재미있게 하려면 막강한 슈퍼빌런들을 등장시키고 무시무시한 액션씬을 그려 넣으면 되지 않을까 하는 안이한 생각을 시원하게 날려버리는 내용이었다.
오히려 원더우먼의 근원으로 돌아가 신들과의 다툼을 그리는 기본에 충실한 구성… 이제까지 알려져 있던 진흙으로 만든 인조인간 원더우먼이 아니라, 사실은 제우스 신의 사생아였다는 것이 밝혀지면서 뉴52의 원더우먼은 새롭게 신의 지위에 올라 위상이 달라져 버렸다. 작가인 브라이언 아자렐로는 <렉스 루터>나 <조커> 등으로 이미 검증받은 사람이니까. 그런데 이 만화의 아레스의 외모가 아자렐로를 닮았다.
알고 보면 사실 그림체도 나쁘지 않다. 짐 리나 데이빗 핀치처럼 리얼하고 화려한 그림체는 아니지만, 클리프 치앙의 그림체는 어색함이 없고 계속 보면 상당히 매력적이고 예쁘다고 느낄 수 있는 것이다.
또한 기존과 전혀 다른 형태와 성질로 재창조된 올림푸스의 신들은 매력적인 캐릭터로 변모해있었다(이상한 어린아이로 등장하는 하데스의 외모는 감탄스럽다).
제우스의 사생아를 지키기 위해 원더 우먼을 따르는 신들과 권좌를 위해 아기를 해치려는 신들끼리의 싸움, 다른 문명과의 교류를 통해 새로운 가치를 찾으려는 원더우먼과 전통을 지키고 보존하려는 폐쇄적인 아마존들 간의 다툼… 뭐 굳이 이렇게까지 생각하지 않아도 그저 서로 간에 해치려는 꼼수와 액션이 무한히 재미있다.
뉴52의 이 원더우먼은 이전보다 더욱 강해진 느낌이라 슈퍼맨의 짝이라는 것에 어울리는 캐릭터가 됐다. 왜 하필 런던에 살고 있는가도 궁금하지만 그건 전혀 중요하게 다뤄지고 있지는 않다.
아무튼 아자렐로가 쓴 원더우먼 스토리는 끝까지 재미있었는데, 국내에도 일단 볼륨1은 정발이 되어 있다. 끝까지 다 정발이 될지 모르겠지만 그랬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