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믹북 북미 총판의 11월 판매실적이다. 1위부터 30위 중에 마블의 책은 12종.
적은 수는 아니지만 상위권은 물론이고 전체적으로 DC의 책이 차트를 점령했다고 할 수 있다.
11월만 이런 것일까? 10월의 판매량을 보자.
비슷한 결과가 나온다. 한동안 마블은 독보적으로 상위권을 점령하고 차트의 대다수에 자리하고 있었는데, 이것이 무너지고 있고 벌써 몇 달 째 지속되어가고 있다. 그나마 스타워즈 시리즈가 받쳐주고 있는 양상이다.
마블은 이제 한 물 간 것일까? 영화가 그렇게 잘 되고 있는데?
확실히 DC가 리버스 이후 강세가 지속되고 있다. 특히 배트맨 관련 타이틀들이 잘 되고 있고, 저스티스 리그나 플래시도 지속적으로 잘 되는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이미지나 IDW, 붐 스튜디오 같은 회사의 코믹스들이 이 두 양강 사이에서 매달 최소 한 두 작품씩은 터뜨려주고 있다. 균형이 새로 짜맞춰지고 있다는 뜻이다.
마블의 타이틀 중에서는 어벤저스나 데드풀 관련 타이틀의 판매량이 눈에 띄게 감소하고 있다. 이것은 아마 어벤저스와 데드풀 타이틀이 지나치게 많이 나와서 피로감을 느끼게 된 탓일 것이다.
<시빌 워> 10주년 기념으로 내놓은 <시빌 워II> 역시 대표작이라는 이름값은 하고 있지만 기대만 못하다. 최근의 마블 이벤트들이 너무 끝까지 몰아가는 자극적인 이야기를 추구하고 있어서 그런 것이 아닐까하고 추측해본다. 너무 막장으로 치달아 팬들이 받아들이기에 도를 넘는 이야기들이 나오고 있다.
X-멘을 없애려 한다거나 그 과정에서 인휴먼즈를 주력으로 키우려 한다거나, 우주가 폭삭 없어졌다가 다시 복구된다거나, 헐크, 울버린 등 주력 캐릭터들을 죽여 없앤다거나…
위기를 느낀 마블이 판매촉진을 위해 이런저런 수를 쓰고 있다는 뉴스가 들리는데, 내 개인적 생각으로는 출간하는 타이틀 수를 줄여야 한다고 본다.
일단 매주 쏟아지는 타이틀들이 지나치게 많다. 심지어 크로스오버 이벤트가 시작되면, 관련 타이 인들이 엄청 쏟아진다, 수십 종씩. 이것은 충성스런 독자들에게도 상당한 피로도를 증가시키는 것이 아닌가 싶고 캐릭터들 역시 그냥 소모되는 경우가 생겨버리게 된다. 그것은 다시 내용이 극으로 치닫게 만들어 악순환을 초래하게 된다.
영화를 보는 사람들이 만화로 넘어오는 경우는 생각보다 많지 않다. 넘어 온다쳐도 수많은 타이틀 앞에서 망설이게 된다. 뭘 어떻게 봐야 할지.
그렇다고 마블이 이대로 쉽게 무너진다고 보는 것도 이른 판단이라고 생각한다. 아직 12월 판매량이 집계가 되지 않았는데, 일단 조금 더 지켜봐야 할 필요가 있지 않나 싶고, 장르의 특성상 재미있는 이야기 하나만 터뜨려도 반등이 쉽게 가능할 것 같긴 하다.
지금 출간하는 양의 3분의 1만 줄여도 훨씬 더 상황이 좋아질 것이라고 보는데, 지금 마블에게 필요한 것은 선택과 집중이 아닐까 한다.